Page 5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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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간을 보내고,또한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싫어하고 모든 고
을 만리길을 다니면서 부모․스승․제자를 버리고 이런 식으로
처신한다.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이런 놈에게 무슨 죽도록 급
한 행각이 있으랴.”
그리고는 주장자로 갑자기 쫓아내 버렸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서 출가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출
가해야 합니까?”
“ 얕구나[淺].”
“ 잘 모르겠습니다.”
“ 깊구나[深].”
“ 예로부터 내려온 종문의 일에 대해 스님께서 요점을 제시해
주십시오.”
“ 아침엔 동남쪽을 보고 저녁엔 서북쪽을 보라.”
“ 그렇게 이해했을 땐 어떻습니까?”
“ 동쪽 집에선 불을 켰는데 서쪽 집에선 어둠 속에 앉아 있구
나.”
“ 지금 이 자리의 한마디를 말씀해 주십시오.”
“ 너에게 한 가닥 길을 틔워 주리니 나에게 한마디를 되돌려다
오.”
“ 자잘한 것을 들추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