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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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49


               “이(以)자를 만들지 못하고 팔(八)자도 아니니 이것이 무슨 글자
            [字]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구구 팔십일이다.”
               “ 잘 모르겠습니다.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 내가 다시 어디서 그대를 저버렸느냐?”



               “ 옛날부터 큰스님들은 무엇을 얻었기에 존귀하다고 일컬어져

            왔습니까?”
               “ 묻는 것은 좋다만 대답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스님의 혓바닥을 빌려서 씹지는 않겠습니다.”

               “ 다리미와 차 달이는 남비는 다르다.”



               “ 스님께서는 납자들을 위해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하
            지 못한 말씀이 있습니까?”
               “ 말로는 다 할 수 없다.”

               “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 그러할 뿐이기 때문이다.”



               “ 아주 깜깜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을 때,스님이
            라면 맞이하시겠습니까?”

               스님은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무엇이 운문산(雲門山)입니까?”

               “ 경봉(庚峯)에 토굴 하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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