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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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69
“찾아오는 일은 쉬우나 두 번씩 들어주기는 어렵다.”
“ 정작 이럴 땐 어떻습니까?”
“ 통쾌하다[快].”
1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내가 여러분을 살펴보았더니,2류 3류 근기도 못 되면서 부질
없이 누더기만 입고 있으니 그래 가지고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알겠느냐?내 그대들을 위해 설파해 주리니 오랜 뒤에 제방에 갔
을 때 큰스님이 손가락 하나를 들고 불자를 한 번 세우면서 ‘이것
이 선이며 이것이 도다’하면 보는 즉시 주장자를 들어 머리를 깨
부수고 바로 떠나도록 하라.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천마(天
魔)의 권속에 떨어져 우리 종지를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면 우선 말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라.
나는 평소에 그대들에게 말하기를,‘미진찰토(微塵刹土)의 3세 모
든 부처님과 서천 28조사와 이 나라 여섯 분 조사가 모두 주장자
끝에서 설법하고 계시는데,신통변화를 나타내어 그 소리가 시방
에 응한다’라고 하였다.알겠느냐?모르겠거든 사기치지 말라.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자세하고 진실하게 보았느냐?설사
이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꿈에서도 사미납승을 보지 못하고 몇 집
안 되는 촌마을[三家村]에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격이
다.”
그리고는 주장자를 잡고 땅에 한 번 긋더니 “다 이 속에 있다”
하시고는 다시 한 번 긋더니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