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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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서 묻자,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스님의 연세는 몇이나 되셨는지요?”
               “ 칠구 육십팔이다.”
               “ 어째서 칠구 육십팔입니까?”

               “ 5년은 너에게 덜어주었다.”


               3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스님네들이여,그대들이 설사 아무 일 없다고 말해도 그것은
            마치 머리 위에 머리를 놓고,눈[雪]에다 서리를 더하며,관(棺)속
            에서 눈을 부릅뜨고,풍로 위에 다시 쑥불을 붙이는 격이니,한바

            탕 분주를 떠는 짓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각자 몸을
            맡기고 살 곳을 찾아야 좋을 것이다.이 고을 저 고을로 부질없이

            다니며 부질없는 말들만 날조하여 큰스님이 운을 떼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선(禪)과 도를 묻고,향상이니 향하니 이러쿵저러
            쿵하려 한다.

               방대한 경전의 주석서로 가죽 푸대에 불과한 몸뚱이를 채우고
            가는 곳마다 이리저리 헤아린다.화롯가에 서넛이 머리를 맞대고

            입을 놀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를,‘이것은 귀공의 재치있는 말이
            고 이것은 상황에 맞추어 꺼낸 말이며,이것은 현상[事]쪽에서 한
            말이며,이것은 체득한 말이다’고 한다.

               네 집안의 부모님은 밥을 다 드셨다더냐.그러고서도 ‘나는 불
            법을 알았다’고 꿈 같은 소리나 해대고 다니니,이렇게 행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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