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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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87
간 어느 세월에 쉴 줄 알겠느냐.
또 어떤 부류들은 쉬는 경계[休歇處]라는 말을 듣기만 하면 그
냥 5음 18계(五陰十八界)속에서 눈을 딱 감아 버린다.이렇게 낡
은 쥐구멍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고,검은 산 아래 귀신의 소굴에
앉아 체험한 것으로,‘나는 깨달아 들어갈 길을 찾았다’고 하나,
꿈엔들 보았겠느냐.이런 놈이라면 만 명을 때려죽인다 해도 무슨
죄과를 받으랴.깨친 사람이라 해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사기꾼일 뿐이다.그대가 실제로 본 경계가 있다면 내놔 보아라.
내가 점검해 줄 테니 그냥 지나치지 말라.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얼렁뚱땅 머리를 모으고 복잡한 이론
을 설명하는구나.내게 그런 꼴 보이지 말라.잡아다가 조사해 보
고 맞지 않으면 허리를 꺾어 놓겠다.왜 말씀해 주지 않았느냐고
하지 말아라.네 살 속에도 피가 흐른다면 가는 곳마다 굴욕을 자
초해서 어찌하겠느냐?
부처의 씨를 말리는 이 여우같은 무리들아.모두들 여기서 무
얼 하느냐.”
그리고는 주장자로 몽땅 쫓아 버렸다.
“시방 부처님께서 열반으로 가신 외길이라 하니,무엇이 열반
으로 가신 외길입니까?”
“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
“ 어째서 말하지 못합니까?”
“ 네가 말 꺼낸[擧]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