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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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173


               22.
               스님이 귀종사(歸宗寺)에 갔을 때,한 스님이 물었다.
               “대중이 구름같이 모였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렵니까?”

               그러자 귀종스님이 “둘둘 셋셋”하니 그 스님이 “모르겠습니
            다”하자 귀종스님은 다시 “셋셋 둘둘”하였다.
               스님은 다시 그 스님에게 물었다.
               “귀종스님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 모두가 그런 식이었습니다.”
               “ 그대는 담주(潭州)의 용아(龍牙)스님께 가 뵌 적이 있느냐?”
               “ 있습니다.”

               “ 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놈아.”
               23.
               건봉(乾峯)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법신에는 세 가지 병통과 두 가지 빛이 있다.반드시 이것을
            낱낱이 꿰뚫어야 하고 나아가서 상황에 맞게 작용하는[照用]본분
            한 구멍[向上一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나서 건봉스님은 한참 말이 없었다.
               스님은 불쑥 나서며 물었다.
               “암자 안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암자 바깥일을 보지 못합니

            까?”
               건봉스님이 껄껄 웃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저는 의심이 남았습니다.”

               “ 자네는 무슨 망상을 그렇게 부리는가?”
               “ 스님께서 자세히 가르쳐 주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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