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P. 174

174


               “그렇게만 된다면 비로소 편안히 앉는 경지를 이해한다.”
               스님은 “네,네”하였다.

               24.
               건봉스님이 시중하였다.
               “하나를 거론해 주면 둘을 이야기하지 못하며,하나를 놓아주
            면 두 번째에 떨어져 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어제 대중이 말하기를,‘어떤 사람이 천태산에서 왔다가 다시
            경산(徑山)으로 갔다’하였습니다.”

               건봉스님은 “전좌야,내일은 대중운력을 하지 못하겠구나”하
            더니 법좌에서 내려와 버렸다.
               스님은 건봉스님에게 말했다.

               “스님,대답을 해주십시오.”
               “ 그가 나에게도 찾아왔다더냐?”
               “ 그렇다면 제가 늦었겠군요.”

               “ 이럴 수가,이럴 수가 있느냐?”
               “ 후백(侯白)이라 했더니 후흑(侯黑)이 있었군요.”*
                                                          )
                                                          15
               25.
               스님이 관계(灌溪)에 갔을 때,어떤 스님이 관계스님이 한 말을
            들려주었다.
               “‘어디고 막힌 벽이 없고 사방에도 문이 없다.아무것도 없이

            말끔하여 손을 댈 수가 없다’하셨습니다.”

            *민족(閩族)에 후백(侯白)이라는 꾀 많은 도둑이 있었는데,그보다 한 술 더 뜨
              는 후흑(侯黑)이라는 여자의 꾀에 속아넘어갔다는 고사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뜻을 비유한다.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