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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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온종일이라고 하느냐?”
“ 석가부처님은 말을 마쳤고 미륵은 아직 모릅니다.”
또 노스님 한 분이 상당하여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이런 식의 거론은 문앞에 닥친 날카로운 칼날과 같으니 반드
시 한마디 말끝에 죽이고 살릴 수 있어야만 하리라.”
스님은 대중 가운데서 나오더니 말씀하셨다.
“스님께서 너무 오래 법문하셔서 대중이 큰방으로 돌아가 버렸
습니다.”
“ 뭐라구?”
“ 시간은 물같이 흐릅니다.”
28.
스님이 영중에 살 때 유나와 함께 기거하였는데 그때에 질문하
였다.
“옛사람이 불자를 잡아 세웠다가 불자를 놓은 의미가 무엇인
가?”
“ 앞생각을 털고 뒷생각을 털어 버린다는 뜻입니다.”
스님은 “그렇지,그래”하더니 다시 말씀하시기를 “대답을 한
건가,안 한 건가”하더니 말씀하셨다.
“예의를 안다 할 만하군.”
29.
낙포(洛浦)스님이 한 스님의 마음을 떠보려고 말씀하셨다.
“요즈음 어디에서 왔느냐?”
“ 형남에서 왔습니다.”
“ 한 사람이 그리로 갔는데 만났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