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P. 170

170


               “절에서 심고 가꾼 상주물을 먹는 것이지.”
               “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 너도 쌓아 둘 수 있느냐?”

               “ 저도 쌓아 두었습니다.”
               “ 그래 무엇을 쌓아 두었느냐?”
               “ 옷 입고 밥 먹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 왜 털 쓰고 뿔 달린 축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자 스님은 절하였다.

               17.
               도장로(舀長 老 )가 보살이 손안에 잡은 붉은 깃발을 보고 “무엇
                     王
            인가?”하고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무례한 놈이로구나.”

               “ 어째서 무례하다는 것인가?”
               “ 너는 외도의 종[奴]도 못 되겠구나.”

               18.
               스님이 천동(天童)에 이르자 천동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틀림없이 얻었느냐?”
               “ 스님께선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 모르겠느냐,눈앞에 쌓인 꾸러미다.”
               “ 알면 눈앞에 쌓인 꾸러미입니다.”

               19.
               신주(信州)의 아호(鵝湖)스님이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깨치지 못한 사람에게만 긴 시간 들떠 쫓긴다고 말하지 말라.
            설사 깨쳐서 갈 곳을 분명히 안 사람이라 해도 아직은 들떠 쫓긴
   165   166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