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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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이 문제를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까?”
“ 이제 막 스님께 여쭙는 참입니다.”
“ 이제 막이라 한 것은 우선 그만두고 무엇이 교학(敎學)입니
까?”
“ 누런 책갈피를 붉은 축(軸)으로 묶은 것입니다.”
“ 그것은 글씨나 말일 뿐입니다.무엇이 경전입니까?”
“ 입으로 말하려니 말뜻을 잃겠고,마음으로 생각하려니 생각할
것이 없어집니다.”
“ 입으로 말하려니 말뜻을 잃는다 함은 할말 있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마음으로 생각하려니 생각할 것이 없어진다 함은 망
상을 대치하기 위한 것입니다.무엇이 경전입니까?”
대꾸가 없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상서께서 법화경 을 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소?”
“ 그렇습니다.”
“법화경 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생업이 실다운 모
습[實相]과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다’하였습니다.말해 보십시오.
비비상천(非非想天)에는 몇 사람이나 자리에서 물러나 있는지를.”
대꾸가 없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상서는 경솔하게 굴지 마시오.경론(經論)을 많이 배운 스님네
들이 그것을 버리고 유독 총림에 들어가 10년,20년씩을 해도 어
찌해 보질 못하는데,상서라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상서는 절하며 말씀하셨다.
“제가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