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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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덮인 소석산(韶石山)*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살면서 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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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楚山)의 신선들*처럼 머리는 백발로 변해 갔습니다.그러다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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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스럽게도 천자(天子)께서 베푸시는 은혜의 파도에 몇 번이나 몸

            을 담그는 커다란 행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도를 따져 묻고 공(空)을 논하면서 하늘같은 덕에 보답하리라
            맹세했고,어리석음을 열어 주고 막힌 데를 터주면서 물 따라 구

            름 따라 다니는 납자들을 별똥 튀듯 탁 깨우쳐 주었습니다.이렇
            게 중생을 이익케 하리라는 발심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멀리까지
            밝으신 천자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더욱이 외람되게

            도 계속해서 천자의 부르심을 받고 대궐에서 여러 번 뵈어 널리
            베풀고 기쁘게 내려 주신 은혜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러나 몸을 어루만지며 슬퍼한들 운명을 하는 데야 무엇으로
            보답하리까.저는 늙어빠진 말처럼 나이 먹고 기운이 줄어 슬기로

            우신 은혜를 감당하지 못하고 갑자기 병에 걸려 아침저녁 목숨이
            다하기만을 기다리리라 생각진 못했습니다.
               아득한 은하수 길을 멀리 바라보나 겨우 북극성을 볼 뿐이며,

            세차게 흐르는 물결에 눈동자를 돌리니 이미 동쪽 바다로 흘러들
            어 갑니다.
               저는 천자께서 긴긴 봄날처럼 장수를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바

            라옵니다.그리하여 바위 겁(劫)이 다하도록 교화를 펴시고,도모
            하시는 계획은 영원히 견고하시고 수명은 겨자씨 겁이 끝날 때까



            *소석(韶石):광동(廣東)소관시(韶關市)북쪽에 있는 돌산.순임금이 남쪽지방
              을 돌 때,이 돌산에서 소(韶)음악을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초산의 신선:한(漢)고조(高祖)때 초산에서 세간을 초월하여 살았다는 네
              명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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