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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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양기록․황룡록


               “봄비가 잠시도 쉬지 않고 내리는데 물흐름[波瀾]을 거슬리지
            말고 한번 말해 보아라.”

               “ 편지를 조금 전에 이미 전해 드렸습니다.”
               “ 이것은 도오 것이고,저것은 화주(化主)것이로구나.”
               공양주가 가리키면서 “봄비가 계속 옵니다”하자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더니 말씀하셨다.
               “반푼어치도 안 되는군.”

               공양주가 대뜸 악!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눈먼 놈아,조금 전에 반푼어치도 안 된다고 했는데 그렇
            게 악을 써서 무얼 하려느냐.”

               공양주가 손뼉을 한 번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0.

               하루는 석상산의 공양주 스님이 오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정벌하러 가는 장수가 길을 빌려 지나가는구나.방비가 이미

            완벽한데 무엇 때문에 나와 한 판 붙어 보지 않느냐.”
               “ 지난날엔 도중에서 잘못 찾았더니 오늘은 노련한 선지식을 친
            견하는군요.”

               “ 내가 이 작은 싸움에서 졌군.”
               공양주가 별안간 악!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는 “그렇게 허

            둥지둥해서 무얼 하려느냐”하셨다.
               공양주가 좌구를 가지고 한 획을 긋자 스님께서 “재가 끝나고
            종을 치는구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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