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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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 39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그분의 법을 이었습니까?”
               “ 같은 발우에 밥을 먹었습니다.”

               “ 그렇다면 보지 못했군요.”
               스님이 무릎을 누르면서 말하였다.
               “어느 점이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까?”

               양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제형이라야 되겠
            소”하였다.

               다시 “절에 들어가 향을 사르시지요”하니 양전제형은 “기다려
            주십시오.돌아오겠습니다”하였다.
               그리하여 스님께서 차와 글을 드리니 양전제형이 말하였다.

               “이런 건 되려 필요치 않습니다.무슨 무미건조한 선[乾嚗嚗底
            禪]이 있기에 약간만 보기도 힘드는지요?”

               스님께서 차와 글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것도 필요치 않다면서 더구나 무미건조한 선이겠습니까.”
               양전제형이 머뭇거리자 스님께서 게송을 지으셨다.



                 왕신(王臣)으로 나타내 보이니 불조가 어찌할 바를 모르네
                 미혹의 근원을 지적하려고 숱한 사람을 죽였다네.
                 示作王臣佛祖罔措 爲指迷源殺人無數



               그러자 양전제형이 말하기를 “스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겁탈
            하십니까?”하니 스님께서 “원래 우리집 사람이었군”하셨다.양
            전제형이 크게 웃자 스님께서 “제가 잘못했습니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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