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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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록 45


               공양주가 “쉬[(噓]!”하자,“이것일 뿐 다시 더 있겠느냐”하셨
            는데 공양주가 말이 없자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패전한 장수는 목을 베지 않는 법이다.우선 앉아서 차나 마
            셔라.”


               31.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양기산에 오는 길은 험한데 어떻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 에,에[嗄].”
               “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의 스승이십니다.”

               “ 나는 요즈음 귀가 먹었다.우선 앉아서 차나 마셔라.”


               32.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가을 빛이 완연한데 아침에 어디서 떠나 왔느냐?”
               “ 지난 여름에는 상람사(上藍寺)에 있었습니다.”

               “ 앞길을 밟지 않는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느냐?”
               “ 두 겹의 공안이군요.”
               “ 그대의 대답이 고맙네.”

               그 스님이 별안간 악!하고 고함을 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디서 이런 헛것을 배웠느냐?”

               “ 눈 밝은 큰스님은 속이기 어렵군요.”
               “ 그렇다면 내가 그대를 따라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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