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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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양기록․황룡록
한마디를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 스님께선 주지나 잘 하시오.”
“ 이렇다면 몸이 쓸쓸한 그림자를 따라가며 발이 크니 짚신도
널찍하겠군요.”
“ 스님께선 밭이나 잘 갈아 두시오.”
“ 토끼가 언제 굴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까?”
27.
하루는 신참승 셋이 찾아왔는데 스님께서 “세 사람이 같이 길
을 가면 반드시 지혜로운 이가 있다…… 하였는데”하고는 좌복
을 들고 말씀하셨다.
“참두(參頭:수좌)는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 좌구(坐具)입니다.”
“ 참말이겠지.”
“ 그렇습니다.”
“ 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입니다”하자 스님께서는 좌우를 돌아보더니
“참두가 되려 안목을 갖추었구나”하고는 다시 제2좌에게 물으셨
다.
“천리길을 가려면 한 걸음이 최초가 된다 하는데 무엇이 최초
의 한마디이더냐?”
“ 여기 스님 앞에서 어찌 감히 손을 꺼내겠습니까?”
스님께서 손으로 한 획을 긋자 그 스님은 “끝났습니다[了]”하
였다.스님께서 두 손을 펴자 그 스님이 무어라 하려는데 스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