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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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양기록․황룡록


               초상화에 찬을 스스로 쓰다[自術眞讚]





               입은 빌어먹는 아이의 부대자루 같고
               코는 채소밭의 똥바가지 같구나

               그대의 귀신같은 필치를 수고롭게 하여 그려 놓았으니
               세상 사람들이여,멋대로 헤아리게나.

               口似乞兒席袋 鼻似園頭屎杓
               勞君神筆寫成 一任天下卜度



               나귀와 흡사한데 나귀가 아니고
               말과 비슷한데 말도 아니어라

               쯧쯧,양기여
               쟁기 끌고 고무래 끄는구나.
               似驪非驪 似馬非馬

               咄哉楊岐 牽犁拽杷



               나귀라 하려니 꼬리가 없고
               소라 부르려니 뿔이 없구나
               앞으로 나감에 걸음을 옮기지 않는데

               뒤로 물러남엔들 어찌 다리를 거두랴.
               指驪又無尾 喚牛又無角

               進前不移步 退後豈收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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