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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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양기록․황룡록


               “봄비가 잠깐 그쳤으나 흙탕물은 마르질 않았다.행각하는 고
            상한 사람이여,무슨 말을 하려느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지난날 옛 사찰을 떠났다가 오늘에야 스님의 얼굴을 뵈옵니
            다.”

               “ 어디서 이런 첫마디를 외워 왔느냐?”
               “ 스님께선 다행히도 대인이십니다.”

               “ 발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그 스님이 좌구를 한 번 내려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향을 사르며 공양해야겠구나.”

               “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군요.”
               스님께서 좌구를 들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 행각승이여,이것을 무어라고 부르겠느냐?”
               “ 총림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 진실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지.우선 앉아서 차나 마시게.”


               3.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낙엽은 바람에 떨어지는데 아침에 어디를 떠나 왔느냐?”

               “ 공양을 하고 남원을 떠나 왔습니다.”
               “ 발밑의 한마디를 무어라고 하겠느냐?”

               “ 근심 있는 사람은 근심 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 나는 오로지 제방을 위해서 드러낼[擧揚]뿐이다.”
               “ 이 무슨 마음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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