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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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조주록 하
에 주워 넣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내가 약산(藥山:745~828)스님을 뵈었을 때 말씀하시기를,어
떤 사람이 물어 오면 다만 ‘개 아가리를 닥쳐라’하는 말로 가르치
라고 하였다.그러니 나 역시 말하리라.개 아가리를 닥치라고.‘나’
라고 여기면 더럽고,‘나’라고 여기지 않으면 깨끗하다.그렇게 사
냥개처럼 얻어먹으려고만 해서야 불법을 어디서 찾겠느냐.
천 사람이고 만 사람이고 모조리 부처 찾는 놈들뿐이니,도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구나.만약 부처님[空王]의 제자가 되려거든 마
음을 병들게 하지 말아야 하니,가장 고치기가 어렵다.세계가 있
기 전에도 이 성품은 있었고 세계가 무너질 때라도 이 성품은 무너
지지 않으니,나를 한 번 본 다음에도 딴 사람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일 따름이니,이것을 다시 바깥에서 찾은들 무얼 하겠
는가.이런 때에 고개를 돌리지 말라.곧 잃어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누가 부처의 향상인(向上人)입니까?”
“ 밭가는 소를 끌고 가는 이일 뿐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다급한 일입니까?”
“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 모르겠습니다.”
“ 너에게 말해 주겠다.급히 신발을 신고 물위로 말을 달려 장안
에 이르러도 신발 끝에는 물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