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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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조주록 하
“그저 보았다고만 해야 되겠지요.”
“ 나는 한 마리 나귀인데 그대는 어떻게 보느냐?”
그 스님은 말이 없었다.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 남방에서 왔습니다.”
“ 조주의 관문이 있음을 아느냐?”
“ 관문을 상관하지 않는 자가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이 소금 암거래하는 놈아!”하고 꾸짖으시고는 다
시 말씀하셨다.
“형제들이여!조주의 관문은 통과하기 어렵다.”
그러자 그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주의 관문입니까?”
“ 돌다리다.”
한 스님이 설봉에서 왔는데,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기에 머무르지 말라.나의 이곳은 다만 피난하는 곳
일 뿐,불법은 모두가 남방에 있다.”
“ 불법에 어찌 남북이 있겠습니까?”
“ 네가 아무리 설봉에서 왔다 하더라도 널 지고 가는 놈[擔板漢:
널을 지고 가는 사람은 앞 방향밖에 볼 수 없다.외통수,안목이 막힌
사람]일 뿐이다.”
“ 저쪽의 일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