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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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조주록 하


               차 좀 꾸자,종이 좀 빌리자고 할 뿐이네.
               禺中巳 削髮誰知到如此
               無端被請作村僧 屈辱飢悽受欲死
               胡張三黑李四 恭敬不曾生些子

               適來忽爾到門頭 唯道借茶兼借紙


               해가 남쪽을 향하는 오시(午時)
               차와 밥을 탁발하여 도는 데는 정한 법도가 없으니

               남쪽 집에 갔다가 북쪽 집에 다다르고
               마침내 북쪽 집에 이르러서는 그 수를 헤일 수 없다
               쓴 가루소금과 보리 초장
               기장 섞인 쌀밥에 상추무침

               오로지 아무렇게나 올린 공양이 아니라며
               스님이라면 모름지기 도심이 견고해야 된다고.
               日南午 茶飯輪還無定度
               行却南家到北家 果至北家不推註

               苦沙塩大麥酢 蜀黍米飯虀萵苣
               唯稱供養不等閑 和尙道心須堅固


               해 기우는 미시(未時)

               이번엘랑 이런 생활 하지 않으리
               한 번 배부르매 백 번 굶주림을 잊는다더니
               오늘 이 노승의 몸이 바로 그렇도다
               선(禪)도 닦지 않고 경(經)도 논하지 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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