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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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조주록 하
比望修行利濟人 誰知變作不喞口留
이 른 아 침 인 시 (寅時)
황량한 마을 부서진 절은 참으로 형언키조차 어려운데
재공양은 치워 버리고 죽 끓일 쌀 한 톨도 없다
무심한 창문과 가는 먼지만 괜스레 바라보나니
참새 지저귀는 소리뿐,친한 사람 아무도 없다
호젓이 앉아 때때로 떨어지는 낙엽소리 듣는다
누가 말했던가,출가인은 애증을 끊는다고
생각하니 모른 결에 눈물 적신다.
平旦寅 荒村破院實難論
解齋粥米全無粒 空對閑窓與隙塵
唯雀噪勿人親 獨坐時聞落葉頻
誰道出家憎愛斷 思量不覺淚沾巾
해뜰 녘 묘시(卯時)
청정함이 뒤집혀 번뇌가 되고
유위공덕(有爲功德)은 속진(俗塵)에 덮이나니
무한전지(無限田地)를 일찍이 쓸어 본 바 없어라
눈썹 찌푸릴 일만 많고 마음에 맞는 일은 적나니
참기 어려운 건 동촌(東村)의 거무튀튀한 늙은이
보시 한번 가져온 일이란 아예 없고
내 방 앞에다 나귀를 놓아 풀을 뜯긴다.
日出卯 淸淨却飜爲煩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