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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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 장 27
곁에서 말하였다.
“그렇지만 대왕의 체면을 보아주십시오.”
“ 그게 그대[俗官]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마침내 대왕이 몸소 옷을 들어 스님 몸 위에 걸쳐 드리면서 두
번 세 번 절하고 축복해 드리자,스님께서는 마지못해 허락할 뿐이
었다.
스님께서는 조주(趙州)에 2년을 살았는데,*세연을 마치려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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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상을 뜨고 나면 태워 버리되 사리를 골라 거둘 것 없
다.종사의 제자는 세속 사람들과는 다르다.더군다나 몸뚱이는 허
깨비니,무슨 사리가 생기겠느냐.이런 일은 가당치 않다.”
스님께서는 제자를 시켜 불자(拂子)를 조왕에게 보내면서 말을
전하였다.
“이것은 노승이 일생동안 쓰고도 다 쓰지 못한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무자(戊子)년 11월 10일에 단정히 앉은 채로 임종하
셨다.그때 두씨네 동산에는 승속의 수레를 끄는 말과 수많은 사람
의 슬피 우는 소리로 천지가 진동하였다.이리하여 예를 다하여 장
례를 치렀는데,비탄의 눈물은 쿠시나가라(부처님이 열반하신 곳)에
서 황금관(棺)이 빛을 잃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높다란 안탑(鴈塔)*을 세우고 특별히 커다란 비석을 세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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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제선사광조지탑(眞際禪師光祖之塔)이라 시호하였다.
*조주(趙州)는 진부(鎭府)인 듯하다.
*안탑(鴈塔):청정한 수행승을 위하여 세운 탑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