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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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조주록 상
왕은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였다.그때 왕비[王后]가 왕과 함께
곁에서 스님을 모시고 서 있다가 여쭈었다.
“선사께서는 대왕을 위하여 마정수기(摩頂授記:부처님께서 수기
하시면서 제자의 이마를 만져 주심)를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께서는 손으로 대왕의 이마를 어루만지면서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노승만큼 장수하소서.”
이때 스님을 임시로 가까운 절에 계시도록 하고,날짜와 장소를
택하여 선원을 세우기로 하였다.이 이야기를 듣고 스님께서는 사
람을 시켜 대왕에게 알렸다.
“만약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면 노승은 다시 조주로 돌아갈 것
이오.”
그때 두행군(竇行軍)이란 사람이 과수원 한 곳을 희사하였다.그
곳은 일만 오천 관의 값이 나가는 땅이었는데,‘진제선원(眞際禪院)’
또는 ‘두씨네 동산[竇家園]’이라고 불렀다.
스님께서 그 절에 들어오시자 바다 같은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이때 조왕은 예의를 다하여 연왕이 유주(幽州)에서 받은 금
란가사[命服]를 바쳤으며,진부(鎭府)에서는 위의를 갖추어 이를 영
접하였다.스님께서는 굳이 사양하며 받지 않으시니,곁의 사람들
이 상자를 스님 앞에 옮겨 놓으면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선사님의 불법을 위하시기 때문이니,이 옷을 꼭
입으시기 바라십니다.”
“ 노승은 불법을 위하기 때문에 이 옷을 입지 않습니다.”
*이 구절은 경에 나오는 말씀이다.[원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