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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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조주록 상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한마디[一句]입니까?”
“ 그 한마디만 붙들고 있으면 그대는 늙고 만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만약 한평생 총림을 떠나지 않고서 5년이고 10년이고 말을 하
지 않아도 누구도 그대들을 벙어리라고 부르지 않는다면,그런 다
음에는 부처님도 너희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내 말을 믿지 못하겠
거든 내 목을 베어라.”
5.조주의 주인공
스님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형제여!그대들은 바로 제3생의 원수*안에 있다.그러므로 말
8)
하기를 ‘다만 옛날의 행위만을 고칠 뿐,옛날의 사람은 고치지 말
라’고 한 것이다.그대들이나 나나 스스로 출가하여 이제껏 일없이
지내왔는데 새삼스럽게 20명,30명씩 몰려와 선을 묻고 도를 묻는
것이 흡사 내가 그대들에게 선이나 도를 빚지고 있기라도 한 것 같
구나.그대들이 나를 선지식이라고 부른다면,나도 마찬가지로 벌
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노승이 말장난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저
옛사람들에게 누를 끼칠까 두려워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생(生)에는 어리석은 복을 짓다가 견성(見性)하지 못하고,두 번째 생
에는 어리석은 복을 받고서 악업을 짓고,세 번째 생에는 어리석은 복이 다
해 쏜살같이 지옥에 들어가니,어리석은 복 짓는 일은 3생에 걸친 원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