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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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조주록 상


               한 스님이 물었다.
               “밝은 달이 공중에 떠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 스님은 이름이 무언가?”
               “ 아무개입니다.”

               “ 밝은 달이 공중에 떠서 어느 곳에 있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마침 열엿새일 때는 어떻습니까?”

               “ 동쪽은 동쪽,서쪽은 서쪽이지.”
               “ 무엇이 ‘동쪽은 동쪽,서쪽은 서쪽’입니까?”
               “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 제가 전혀 알지 못할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 나는 더 모른다.”
               “ 스님께서는 도리가 있는 줄을 아십니까?”
               “ 나는 나무토막이 아닌데,어찌 모르겠느냐?”
               “ 알지 못한다 하시니,정말 좋습니다.”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도인입니까?”

               “ 내가 내내 ‘불인(佛人)’이라고 말했었지.”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을 꺼낸다거나 손발을 꿈쩍거린다거나 하면 그 모두가 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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