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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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조주록 상
한 스님이 물었다.
“생각과 기억으로는 미칠 수 없는 곳은 무엇입니까?”
“ 이쪽으로 오너라.”
“ 이쪽으로 오는 것은 미칠 수 있는 곳입니다.무엇이 생각으로
미치지 못하는 곳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것을 뭐라고 부르느냐!”
“ 손이라고 부릅니다만 스님께서는 뭐라고 부르십니까?”
“ 백 가지 이름으로 나는 말할 수 있지.”
“ 스님의 백 가지 이름에는 미칠 수 없겠으니,우선 뭐라고 부릅
니까?”
“ 그게 바로 그대가 생각과 기억으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에게 생각과 기억이 미치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 무엇이…….”
“ 석존의 가르침과 조사의 가르침이 그대의 스승이다.”
“ 조사와 부처라면 옛 분들이 다 말씀해 놓았는데,무엇이 생각
과 기억으로도 미칠 수 없는 곳입니까?”
스님께서 다시 손가락을 들어올리면서 말씀하셨다.
“뭐라고 부르겠느냐?”
그 스님이 한참을 잠자코 있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뜻 말하지 못하고 다시 무엇을 의심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