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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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조주록 상


               “마음 그대로인 것이라 해도 그것은 테두리가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마음 없는 것이다.”
               “ 마음 있음과 마음 없음을 제가 가려내도 괜찮습니까?”

               “ 마음 있음과 마음 없음이 이미 네게서 다 가려졌는데,더 이상
            내게 무슨 말을 하란 말이냐?”


               한 스님이 물었다.

               “멀리서 와 스님께 귀의하온데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 사람들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이다.”
               “ 무엇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씀해 주지 않으십니까?”
               “ 이것이 나의 가풍이다.”

               “ 스님께서 말씀해 주지 않아도 이미 4해(四海)에서 몰려들어 스
            님께 귀의하는 것은 어찌합니까?”
               “ 그대는 바다일지라도 나는 바다가 아니다.”
               “ 바닷속의 일은 어떻습니까?”

               “ 내가 한 개를 낚아 올렸다.”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 부처도 가까이할 수 없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 조사와 부처가 아니다.”
               “ 가까이하지 못한 걸 어찌합니까?”
               “ 그대에게 ‘조사도 부처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
            것이다’라고 말하면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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