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P. 79
2.상 당 79
“조용한 곳으로 가거라,이 쌀통아!”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큰 뜻입니까?”
“ 크고 작은 것이 없다.”
“ 그것이 바로 스님의 큰 뜻 아닙니까?”
“ 털끝만큼이라도 있으면 만겁토록 여여하지 못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법은 본시 한가한데 사람 스스로가 시끄럽다’하는데,이것
은 누구의 말씀입니까?”
“ 나오는 족족 죽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부처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다’한 이 말씀은
부정논법[斷語]입니다.무엇이 부정논법 아닌 것입니까?”
“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만한 상호입니까?”
“ 나는 어려서 출가한 이후로 눈병을 앓아 본 적이 없다.”
“ 스님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십니까?”
“ 부디 그대가 비로자나의 원만한 상호를 길이 보기를 바라노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