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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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상 당 81
“내 병도 못 고치면서 어찌 남의 병을 고치겠느냐.”
“ 제가 의지할 곳이 없게 되는 건 어찌합니까?”
“ 의지한다면 땅을 디디고,의지하지 않는다면 동쪽이건 서쪽이
건 네 마음대로 하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마음에 있되 그 마음을 헤아리지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 누구를 헤아리는가?”
“ 자기 자신을 헤아립니다.”
“ 둘이란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께서 물병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무어냐?”
“ 물병입니다.”
“ 정말 훌륭하다.그 끝과 겉을 보지 않음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근본으로 돌아감입니까?”
“ 돌아가려 하면 곧 어긋나 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말을 여의지 않고서 어떻게 해야 해탈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