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18 - 조주록
P. 86

86 조주록 상


               “그렇다고 내가 없다고 하지는 말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일을 다 마친 사람은 어떻습니까?”

               “ 정작 큰 수행을 하지.”
               “ 스님께서도 수행을 하십니까?”
               “ 옷 입고 밥 먹는다.”
               “ 옷 입고 밥 먹는 것은 일상사인데 수행이랄 것이 있습니까?”

               “ 그럼 말해 보아라.내가 매일 무얼 하더냐?”


               최랑중(崔郞中)이 물었다.
               “큰 선지식도 지옥에 들어갑니까?”

               “ 내가 맨 먼저 들어가지.”
               “ 큰 선지식이신데 어째서 지옥에 들어갑니까?”
               “ 내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낭중을 만날 수 있겠는가.”



               한 스님이 물었다.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날 때는 어떻습니까?”
               “ 천지차이로 벌어진다.”
               “ 털끝만큼도 차이가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 천지차이로 벌어진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잠들지 않는 눈입니까?”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