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P. 204

204 설봉록


            없는데도 오직 이곳의 산세는 강풍과 접해 있어 기후가 중부지방과
            비슷하고 겨울이면 늘 눈이 쌓이는 까닭에 ‘설봉산(雪峯山)’이라고
            합니다.또한 당나라 때 진각(眞覺)조사께서 이곳에 머무르며 절을
            창건하여 오랜 세월을 지내는 동안 흥망을 거듭하였습니다.

               지금 천자께서 불교를 숭상하고 일으키시어 명산의 고찰에 지붕
            을 이어 새로 고치셨습니다.그리고 이곳 설봉산은 이름난 명찰이라
            서 승록(僧錄)은 계행이 있고 덕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절을 부흥하
            는 임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여 영락 2년에 여러 사람과 상의하여
            전에 황제께서 천주(泉州)의 큰절 개원사(開元寺)에 주지로 임명했던
            결암 영(潔菴映)선사를 이곳의 주지자리로 오게 하였습니다.

               스님의 속성은 홍씨(洪氏),법명은 정영(正映)이며 호는 결암(潔菴)
            입니다.대대로 강 오른쪽 금계(金谿)에 살았는데,어릴 때부터 자취
            를 불교문중에 맡겨 마늘과 고기를 먹지 않았으며,항주(杭州)소경
            사(昭慶寺)에서 구족계를 받고 영곡사(靈谷寺)의 손중 도겸(巽中道謙)

            스님으로부터 법을 얻었습니다.
               저 역시 강 오른쪽 임천(臨川)출신이라 결암스님을 따라 모시면
            서 법을 잇고 현사사(玄沙寺)중건하는 일을 나눠 맡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산에 오르던 날,이 절은 법당이며 집채며 문,회랑 모두
            가 기와조각과 돌자갈,가시덩굴,막대기 등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이에 스님은 탄식하고 뜻을 세워 이 절을 다시 일으킬 때까지는 맹

            세코 산을 내려가지 않겠다 하시고,추울 때나 더울 때나 누더기만
            걸치고 겨드랑이를 자리에 대지 않았습니다.
               8 년을 이렇게 해서 민 땅 사람들이 존경하고 사부대중이 귀의하
            게 되었습니다.창고에는 곡식이 쌓이고 산에서 나무를 해오고 기와
   199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