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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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설봉록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운수납자에게서 어록의 전부를 손에 넣게
되어 다시없는 기쁨을 맛보았고,편지를 보내서 판각하게 하니,바로
그때가 이 산승이 서선사(西禪寺)에 도착한 날이다.
그리하여 마침 설봉어록 에 관해 물어보았더니 거사는 뛸 듯이
기뻐하며 “무슨 인연이 이렇게도 신기한가”라고 하였다.이어 그가
전날 겪은 이야기와 꿈속에서 본 광경을 남김없이 말해 주며 나에게
머리말을 청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거사가 꿈속에서 설봉산에 들어가서 뵈었던
설봉스님은 붉은 가사를 입은 나한이었는데,거사가 몸소 설봉산을
찾아갔을 때는 어찌하여 그 얼굴은 분명 같았으나 옷은 금색으로 빛
나고 있었을까?여기서 만약에 이 주지승의 설파가 없었다면 얼굴을
마주보면서도 의심이 생기는 꼴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어록도 비록 옛 판을 지금 다시 만든 것이기는 하
나 눈 안에 들어오면 한바탕 새로워지는 것이다.이번 판에도 이에
얽힌 한 번의 이야기를 별도로 붙여 주어야 비슷하게나마 설봉스님
을 친견했다 하리라.
돌이켜보니 거사가 꿈을 꾼 당시에 나의 스승에게 해몽해 달라
하였는데,그 꿈이 오늘 이 산승에게서 헤쳐지게 된 것이 내게는 기
쁜 일이다.
무인년(1638),부처님 성도일
전조동정종(傳曹洞正宗)석우 명방(石雨明方)이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