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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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설봉록


            가짜비[兩僞碑]’에 관한 기록뿐이니 참으로 원통한 일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한번 반박하여 바로잡으려 하였으나 그럴 여가가
            없던 차에,마침 법형께서 이를 가려내어 저에게 보여주시기에 자세
            히 한번 읽어보고는 평소에 쌓였던 것이 상쾌하게 씻겼습니다.아마

            도 운문과 법안 두 종문의 영혼들도 실로 이를 법삼아 의지하게 되
            었을 것이며,이로써 명필의 손을 빌려 마군을 죽이는 날카로운 도
            끼를 휘둘러 승사(僧史)의 정론이 되었습니다.옛말에 “그 공이 우
            (禹)임금에 뒤지지 않는다”함이 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합니다.
               즉 법형께서 근거로 삼으신 설봉어록 에 설봉스님 스스로가 말
            씀하시기를,“선대 덕산․석두스님으로부터 이 비밀법문이 전해 왔

            다”하셨고,또 흠산 문수(欽山文邃)스님이 덕산스님에게 물은 말에
            “천황스님도 이렇게 말씀하셨고 용담스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두 노스님(설봉,흠산)은 모두 청원(靑原)스님
            의 5세손인데,어찌 멀리 그 조상에 기원을 둘 줄 몰라서,하나는 덕

            산스님을 석두스님 계보에 달고 하나는 용담스님을 천황스님에게 속
            하게 했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글들은 자기 집안 골육이 스스로 자기 집 족보를 쓴
            것임을 알 수 있으니,이는 분명 밭두렁이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입으로 전해서 사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 주위사람들을 뒤흔들 수
            있는 구구한 잡설이 아닙니다.

               또 고존숙어록 에 실려 있는 ‘고산현요광집 서(鼓山玄要廣集序)’
            에 보면,“소실봉(少室峯)에서 꽃이 피어 6대 조계의 자손이 모든 총
            림에 깔렸다.여기서 석두스님이 나오시니 그를 ‘순금만 파는 가게’
            라고 불렀다.아마도 그것은 격이 높고 가락이 예스러우며,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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