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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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05
나 벽돌을 굽고 그릇과 도구를 저장하였습니다.5년이 지나자 불전
(佛殿)이 세워졌고,그 다음해에는 법당(法堂)과 절문을 같은 날 세우
니 크고 웅장한 위용이 옛날보다도 더했습니다.단엄한 불상이며 휘
황찬란한 금벽 단청은 위로 황제의 명을 빌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복
을 빌게 되었으니 스님의 큰 공덕은 참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
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스님이 제게 이르시기를,‘그대가 현사사를 다시
일으키는 일은 이제 다 끝났고,이 산문을 창건하는 일도 대체적으
로 짜임새 있게 되었다.그러나 아직도 회랑과 승당은 다 완성하지
못했다.나는 이미 늙고 쇠약해져 영곡사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그대
가 아니면 나의 뜻을 이을 수가 없다’고 하시고는 승록(僧錄)에게 급
히 편지를 보내서 영락 16년(1418)에 이 원지를 승격시켜 스님의 임
무를 대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밤낮으로 부지런히 노력해도 그 분의 부촉을 감히 잊을 수
가 없다가 미비된 일을 모조리 다 이루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절이 창건된 유래를 고찰해 보니,진각대사께서 입
적하실 때 미리 예언을 남겨 주셨습니다.
‘석탑의 난탑(卵塔)이 부서지고 삼나무 가지가 땅을 쓸며 장물단
지에 죽순이 돋아나면 그때가 5백 년 뒤이니 내가 다시 이 절에 올
것이다.’
그런데 결암스님이 이 산에 오르신 것이 마침 진각대사가 입적하
신 지 502년째 되는 해였으니,모든 예언이 마치 부절(符節)이 맞듯
하였습니다.하물며 결암스님은 얼굴모습마저 진각대사와 다르지 않
았으므로 사람들은 모두 진각대사가 다시 온 것이라고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