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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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07


            부지기수다.이번에 이 절이 과연 진각대사의 예언대로 크게 흥한
            것이라면 진각대사야말로 하늘의 운수를 알고 미리 기반을 마련한
            것이 아니겠는가?
               소천세계에서 삼천대천세계,나아가 무량무수한 티끌세계에 이르

            기까지 모두 생성[生]에서 시작하여 공(空)에서 끝나고 끝나면 다시
            시작하여 계속 돌면서 끝날 때가 없다.모든 유위법(有爲法)도 이와
            같으니 생성되어 지속되다가 파괴되어 흩어지고[成住壞空]하지 않
            는 것이 있는가.이 절만 보아도 오늘 이렇게 이루어졌고[成]그대가
            이 안에 살고 있다[住].그러나 뒷날 이것이 허물어지고[壞]또 공(空)
            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그대가 참으로 이루어 놓고 지속시키는 오
            늘의 책임만이라도 다할 수 있다면,이 절은 반드시 탄탄해서 쉽사
            리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나는 그대를 위해 이 글을 기록하여
            그대의 법제자와 그 법손들이 내 말을 듣고 그대의 뜻을 이어 계속

            해서 이 절집을 손질했으면 한다.그러면 여러 번 허물어지고 여러
            번 공으로 돌아가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니,이것이 또한 그대와
            그대의 스승이 이 절 안에 상주하는 길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말을 하였더니 원지스님은 네,네 하고 수긍하였다.그
            리고는 써서 기록으로 삼았다.



               선덕(宣德)8년(1533)계축 2월 일
               전 주지 원지(遠芷)와 현 주지 양침(良琛)이 함께 비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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