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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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설봉록


               이와 같은 사실은 당연히 기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바라옵건
            대,한 말씀 내려 주셔서 이를 아름다운 돌에 새겨 영원토록 전하게
            해주십시오.”
               “ 내 생각으로는 불교가 일어나면서 그 기록은 이미 먼 옛날에 시

            작되었다고 본다.그리고 그 가르침은 계율 지키는 것을 첫 단계[初
            地]로 하고 마음을 밝혀 성품을 보는 일을 진리[實際]로 삼는다.그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심신을 고달프게 하고 산 속에서 여위어 가면
            서 말없이 앉아 좌선을 한다.그래서 항상 즐겁고[常樂],항상 머무르
            며[常住],불생불멸하는 경지를 찾는 것인데,이 사람들이 어느 겨를
            에 절집을 수리하고 치장하는 일에 간여하겠는가.

               그러나 상교(像敎)가 마련됨에 대중이 우러러보게 되었다.사람의
            마음이란 먼저 눈에 보이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서 우뚝한 전각
            과 엄숙한 불상을 보면 존경심이 경건하게 우러나고,존경심이 나면
            모든 착한 일도 이로 말미암아 쌓이는 것이다.

               한(漢)나라 이래 불교가 나날이 번성하고 사원이 날마다 융성하다
            가 당․송대에 와서 그 교세가 꺾이고 앞길이 막히며 배척되기도 하
            였다.
               또한 불교를 없애려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달이 차고 기울고 만물이 생겨나고 사라짐이 모두가 하늘의 운
            수에 달려 있다.형체가 있는 것은 모두 그 운수가 있는데 오직 법만

            이 형체가 없어서 운수의 테두리에 들지 않는다.그러나 스님이나
            절은 형체가 있으니 어찌 운수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그러나 우선 이 설봉사를 두고 말하더라도 진각대사에서 정영스
            님에 이르기까지 겨우 5백 년에 지나지 않는데,그간의 흥폐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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