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1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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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251


            력은 눈동자를 빌리지 않는다”한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런 까닭에 불법을 만나기란 마치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서 나무
            토막을 만나는 만큼이나,또는 실오라기 같은 겨자씨에 바늘을 맞추
            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석가부처님은 옛날 온몸을 내던져 게

            송 반마디에 보답하였고 상제(常啼)보살은 심장과 간을 팔아 반야를
            구하였으니 어찌 성인의 말씀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
               나는 지난날 조사[雪峰]의 어록을 읽고는 보배처럼 숭상해 왔다.
            그런데 빌려다 본 사람이 욕심으로 돌려주지 않은 데다 불이 나는
            바람에 판각이 잿더미가 되었다.나는 송구한 마음으로 탄식하고 안
            타까워하였다.그 좋은 말씀이 막혀서 전해지지 않아 후학들이 거울

            삼을 곳이 없게 될까 염려가 되었다.그리하여 빌려준 책을 도로 찾
            아 드디어 완본을 간행하였으니 천 년 뒤까지도 조사의 마음이 환하
            게 빛나게 하고자 하는 바이다.



               황명(皇明)만력(萬曆)병술년(1586)9월 1일,
               설봉사 만학비구 정명(定明)이 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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