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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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29


               “단번에 잘랐습니다.”
               “ 그렇다고 해도 아직 그것은 이쪽에 속하는 일이다.저쪽 일은 어
            떻게 하려느냐?”
               “ 그대로 손을 댈 곳이 없습니다.”

               “ 그것도 아직 이쪽 일이다.저쪽 일은 어떻게 하려느냐?”
               이에 스님께서는 그만두셨다.


               하루는 스님께서 밥을 짓고 있는데 동산스님께서 물으셨다.
               “오늘은 밥을 얼마나 지었느냐?”
               “ 두 섬을 지었습니다.”

               “ 그것으로 모자라지 않겠느냐?”
               “ 그 가운데는 밥을 먹지 않는 스님도 있습니다.”
               “ 갑자기 모두 다 먹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에 스님께서는 대답이 없으셨다.



                 이에 앞서 운거 도응(雲居道膺:?~902)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모두가 다 먹는다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는 동산스님께서 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말씀하시기를,“문간
            에 들어오면 반드시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일찌감치 할말 다했다
            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니 스님께서는 “제게는 입이 없습니다”
            하셨다.
               동산스님께서 “입이 없거든 내 눈을 돌려다오”라고 하니 스님께
            서는 그만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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