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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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33


               암두스님이 악!하고 할을 하고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보(家寶)가 아니
            라는 말을.”
               “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됩니까?”

               “ 훗날 그대가 부처님의 큰 가르침을 널리 펴려 한다면 하나하나
            를 자기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대로 나에게 보여다오.그렇게 되
            면 하늘을 뒤덮고 땅을 뒤덮을 것이오.”
               스님께서는 이 말끝에 깨닫고 암두스님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일
            어나 연거푸 소리쳤다.
               “사형!오늘에야 비로소 이곳 오산진에서 도를 이루었소.”



                 스님께서 흠산 문수스님과 함께 상중(湘中)에서 강남(江南)땅으로
               들어가 신오(新吳)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흠산스님이 개울에서
               발을 씻다가 채소잎이 떠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산에는 반드시 도인이 있다.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찾을 수 있
               을 것이다.”
                 그러자 스님께서 성을 내며 말씀하셨다.
                 “지혜 눈이 흐려졌구나.그래가지고 어떻게 뒷날 사람을 가려볼 수
               있겠는가.그가 이렇게 복을 아끼지 않는데 산에 산들 무엇을 하겠는
               가.”


               (스님께서)선원에 주지를 맡게 된 다음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덕산스님을 뵙고 무엇을 얻었기에 문답을 그만두게
            되었습니까?”
               “ 나는 빈손으로 가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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