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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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설봉록


               “나는 그대가 훗날 우뚝한 봉우리에 띠집을 짓고 부처님의 큰 가
            르침을 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작 그따위 말이나 하고 있는
            가?”
               “ 나는 정말로 답답한 것이 있습니다.”

               “ 정말 그렇다면 그대가 본 경계를 그대로 하나하나 나에게 말해
            보게.옳은 점은 증명해 주고 옳지 못한 점은 잘라 주겠네.”
               “ 나는 처음 염관 제안(塩官齊安:?~842)스님을 찾아갔을 때,염
            관스님이 상당하여 색(色)과 공(空)의 이치를 거론하시는 것을 듣고
            들어갈 길을 찾았습니다.”
               “ 앞으로 30년 동안 다시는 그런 말은 꺼내서는 안 될 것이오!”

               “ 다음에 나는 동산스님께서 개울을 건너다가 깨치고 지으신 게송
            을 보게 되었는데,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절대로 남에게서 찾지 말지니
                 나와는 점점 멀어지리라
                 그는(그림자)지금 바로 나이지만
                 나는 지금 그가 아니다.
                 切忌從他覓 迢迢與我疏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


               “그러한 경계로는 자기 하나 구제하기도 부족하다네.”
               “ 다음에 덕산스님께 묻기를 ‘예로부터 내려온 종문에 저도 자격
            이 있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덕산스님께서 몽둥이로 한 대 때리시
            면서 ‘뭐라고?’하셨는데,그때 나는 물통 밑바닥이 쑥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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