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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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설봉록
이에 앞서 운거 도응스님이 말하였다.
“제게 입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그러면 말하겠습니다.”
장경 혜릉(長慶慧稜:854~932)스님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운거 징(雲居徵)스님은 말하였다.
“설봉스님이 그렇게 말한 것은 문에 들어선 말인가,문에 들어가지
못한 말인가?”
스님께서 동산스님의 회하를 떠나려 하자 동산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 영중(嶺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 전에는 어느 길로 나갔었는가?”
“ 비원령(飛猿嶺)으로 나갔습니다.”
“ 이번에는 어느 길로 나가려 하는가?”
“ 역시 비원령으로 나가려 합니다.”
“ 여기 비원령으로 가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그대는 그 사람
을 아는가?”
“ 모릅니다.”
“ 어째서 모르는가?”
“ 그는 모습이 없기 때문입니다.”
“ 그대가 이미 그를 모른다고 해놓고서 그가 모습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가?”
이에 스님께서는 대답이 없으셨다.
스님이 투자 대동(投子大同:819~914)스님을 찾아간 기연은 투자
스님의 어록에 자세히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