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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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설봉록
하루는 두 사람의 스님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스님께서 암자문을
열어제치며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이것이 무엇이냐!”라고 하셨다.그
스님들도 역시 “이것이 무엇이오!”라고 하자 스님께서는 머리를 숙
이고 암자로 돌아가셨다.
한 스님이 하직인사를 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 호남으로 가려 합니다.”
“ 내 도반 스님이 한 분 있는데 지금 암두산(巖頭山)에 살고 있다.
너에게 편지 한 통을 써 줄 것이니 그 분에게 전해 다오.”
그리고는 이렇게 편지에 썼다.
의존(義存)이 사형께 아룁니다.저는 오산진에서 도를 이루고 난
다음 지금까지 배가 불러 주림을 모르고 있습니다.
동참 의존 드림.
그 스님이 암두산에 이르자 암두스님이 물으셨다.
“어디서 왔는가?”
“ 설봉산에서 스님께 드릴 편지를 갖고 왔습니다.”
암두스님께서 편지를 받아 놓고 물으셨다.
“이밖에 다른 말씀은 없었는가?”
그 스님이 전에 암자에서 두 스님과 문답한 이야기를 해주자 암
두스님이 물으셨다.
“그때 설봉스님이 무어라고 하던가?”
“ 스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돌아가셨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