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P. 38
38 설봉록
로 가까이 와서 그 대답만 찾고 있으니 그래가지고서야 당나귀해(12
간지에 없는 해)가 된들 알 수 있겠느냐.지금 내가 마지못하여 이렇
게 말하는 것도 이미 그대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는 일이다.다시
한 번 그대들에게 말해 주겠다.그대들이 문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흥정은 끝났다.알겠느냐!
이것도 역시 내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이렇게 힘을 덜어야
할 곳에서 당장 짐을 덜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발걸음을 앞으로만
내디뎌 그저 말속에서 찾을 줄만 아는구나.내가 분명히 말해 주겠
다.하늘땅이 모조리 해탈문인데,도대체 그 안에 들어가려고는 하지
않고 오직 뒷구석에 남아 어지럽게 날뛸 줄만 아는 꼴이구나.그러
다가 누구라도 만나면 ‘어느 것이 <나>요?’라고 묻고 있으니 부끄
럽지도 않느냐?이러한 일은 정작 그대들 스스로가 굴욕을 자초하는
것이다.그런 까닭에 큰 강물 옆에서 목말라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
고 밥통 속에서 배고파하는 사람이 항하수 모래알처럼 많으니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여러 스님들이여!정말로 깨달아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였는가.
그렇다면 깨달아 들어가는 길에 곧장 들어가야지 헛되게 세월만 보
내서는 안 된다.또한 옆집의 초청을 받아 허망한 속임수에 넘어가
지 말아야 한다.이렇게 남을 그르치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좋겠다.
보리 달마스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기를,‘마음으로 마음
에 전한다[以心傳心]’,‘문자를 쓰지 않는다[不立文字]’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우선 무엇이 그대들의 마음인가?가닥만 어지럽혀 놓고 그
만두어서는 안 된다.자기의 일도 밝히지 못한 사람이 어디 가서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