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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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설봉록


               “그대 스스로 보라.”
               “ 그래도 보고 듣는 것이 없을 수야 있겠습니까?”
               “ 귀머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임금과 신하의 도가 딱 맞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 나는 이제껏 늙은 오랑캐(달마)의 살림살이를 챙겨본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눈앞에 있는 경계를 건드리지 말고 스님께서는 한마디 해주십시

            오.”
               “ 보아하니 너 역시 스스로 헤아릴 재량이 없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이 안에도 말을 꺼낼 곳이 있습니까?”
               “ 너의 두 조각 입술을 닫았으면 좋겠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 치 혓바닥을 빌리지도 않고 또 말없는 경지를 묻지도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 너는 죄지은 놈이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세간을 벗어나 몸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을 때는 어떻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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