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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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설봉록
여러분은 반드시 몸소 체험하여 진실을 보기 바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얼굴을 마주보는 일입니까?”
“ 천리(千里)도 멀다고 할 수는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곳의 일입니까?”
“ 이것이 무엇인가?”
“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 신라에나 가 보아라.”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강물 옆에서 목말라 죽는 사람이 무수히 많고 밥통 옆에서 주리
는 사람이 항하수 모래알처럼 많으니,이러한 예는 비단 하나 둘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그대들이 만약에 6근으로 헤아리며 머뭇거리고 있거든 절실히 어
서 땅에 발을 붙여야 한다.이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저곳에서 여름
을 보내면서 얼마간의 눈물,콧물들이나 주워 모아놓고는 ‘나는 내
일생의 일을 다 마쳤다’라고 하여서는 안 된다.그저 추려내고 외우
고 하는 것은 모두가 지식으로 배우고 남에게 의지하여 통달하려는
것이니,이런 사람들을 나는 ‘청개구리옷을 입고 사는 나그네’또는
‘검은 소가 썩은 물속에 누워 있는 꼴’이라고 부른다.알겠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