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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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45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은 같습니까,다릅니까?”
               “ 그대는 무슨 일 때문에 행각했소?”



               한 스님이 물었다.
               “향상일로(向上一路)는 어떻습니까?”
               “ 입에 쇠고랑을 채우는 일도 유분수지.”
               그리고는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3세 모든 부처도 이곳에 와서는 머리를 내밀 수 없고,대장경도
            이곳에 와서는 한 글자도 나타낼 수가 없고,천하 큰스님의 입도 이

            곳에 와서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알겠느냐?
               여러분이 진실로 밝아질 수 있다면 남에게 혹하는 일을 면하게
            될 것이고,설혹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남에게 의심받지 않게 될 것이
            다.그러나 자기도 밝히지 못하였거든 절대 헛되이 시간만 낭비해서

            는 안 된다.또 여러 큰스님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턱 아래서 한마
            디나 반마디를 주워듣고 그것을 기억하여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형
            제들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나는 말하노니,이 세 치 혓바닥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내가 평소 스님네들에게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하
            면 그들은 어지럽게 무어라고 떠들어대지만 이런 무리들이 당나귀해

            가 된들 내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겠느냐?그렇다면 내가 그대들에
            게 물어보겠다.여러 큰스님들이 그대들에게 무엇을 설법해 준 일이
            있던가,여러분들에게 보여준 법이 있던가?아니면 그대들과 선(禪)
            도리를 묻고 답한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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