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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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설봉록
한 스님이 물었다.
“화살 끝에 칼날이 보일 때는 어떻게 합니까?”
“ 고수는 표적을 맞추지 않는다.”
“ 눈을 씻고 보아도 표적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 형편 따라 고수가 되는 것도 무방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법복 속의 일입니까?”
“ 법복 속에서 찾아 가져라.”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 스님이 정주(定州)에서 뼈 한 구를
메고 이곳에 왔다’라고 하셨다는데 제가 무슨 물건을 메고 왔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내가 분명히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더냐?”
한 스님이 물었다.
“허공에도 말뚝을 박는 일이 있습니까?”
“ 나는 허공이 말뚝이라고 말하겠다.”
한 스님이 스님의 회하를 떠나면서 말하였다.
“제가 다른 곳에 갔을 때,그곳 큰스님이 불쑥 저에게 묻기를 ‘설
봉스님은 무슨 법문으로 학인들을 지도하시더냐?’라고 묻는다면 어
떻게 말씀드리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