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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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49
한 스님이 물었다.
“고요하여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을 때는 어떻습니까?”
“ 그렇다 해도 아직은 병들어 있다.”
“ 그곳에서 몸을 돌린 다음에는 어떻게 됩니까?”
“ 뱃사공은 양주(揚州)로 내려가고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동산 양개스님과 도오 원지(道吾圓智)스님은 늘 여기에서 간절하
였다고 하는데,그 뜻이 무엇입니까?”
“ 나는 아홉 번이나 동산(洞山)에 올랐다.”
그 스님이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스님께서 “이 중을 끌어내라!”
하셨다.
한 스님이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하고 물으려는데 스님께
서는 벌렁 누워 버렸다가 한참 후에야 일어나서 “조금 전에 무슨 말
을 물었느냐?” 하셨다.그 스님이 다시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하는데 스님께서 “헛살다 죽을 놈아!”하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아직 모양[文彩]이 분명하지 않을 때도 주인이 있습니까,없습니
까?”
“ 만약 주인이 있게 되면 곧 그것이 모양이다.”
“ 바뀌는 일도 있습니까?”
“ 그대 스스로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