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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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75


            님들이 모여들자마자 주장자를 세워 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으로 중․하근기를 위한다.”
               그러자 한 스님이 불쑥 묻기를 “갑자기 상상근기가 찾아오면 그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라고 하자 스님께서 그를 때려 주었다.



               하루는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말을 듣자니 스님은 전에 황제의 사자로 이곳에 왔던
            적이 있다 하던데 사실인가?”
               “ 예,그렇습니다.”
               “ 어떻게 그렇게 올 수가 있었는가?”

               “ 스님의 도를 우러르는데 첩첩산중인들 가리겠습니까?”
               “ 그대는 아직도 취해 있구나.나가거라!”
               그 스님이 곧 문을 나서자 스님께서는 다시 “스님!”하고 부르셨
            다.그 스님이 고개를 돌려 스님을 보자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하

            니 그 스님도 “이것은 무엇입니까?”라고 하였다.스님께서 “이 칠통
            아!”라고 소리치자 그 스님은 대답을 못 하였다.
               이에 스님께서는 경청 도부(鏡淸道怤:864~937)스님을 돌아보며
            “좋은 스님이야!그런데 칠통에 가서 붙어 버렸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경청스님이 말하기를,“스님께선 조문(條文)에 의거해서
            사건을 판결하시는군요”라고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 역시 내가 평소에 흔히 쓰는 방편이다.만약에 갑자기 그가
            나를 부르며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하여 그에게서 ‘이 칠통아!’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또 어쩔 뻔했는가?”
               경청스님이 말하기를,“그래서 무슨 도리가 이루어졌습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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