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19 - 설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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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록 上 77


               “하늘땅 온 누리가 네 자신인데 따로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까닭에       능엄경(楞嚴經)에 이르기를,‘중생들은 자기를 잃고
            사물을 따라다니니 만약 사물을 돌릴 수 있다면 곧 여래와 같아진
            다’라고 하였다.”



               스님께서 하루는 밥을 먹는 곳에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무엇을 먹고 있느냐?”
               그 스님이 대답을 못 하자 옆에 있던 스님이 스님께 물었다.
               “이 스님이 무엇을 먹고 있습니까?”
               스님께서는 호떡 한 개를 집어들고 한 바퀴 빙 돌린 다음 그 스

            님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너의 혓바닥이다.아프냐?”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여기서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좋고 힘을 더는 요점이니
            내 입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알겠느냐?달마의 자손이라면
            남이 다 씹어 버린 밥을 먹으려 하지 않으니 너희들도 스스로를 굴

            욕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곳에 없거나 모자라는 것이 무엇인가?본인 자신의 일이
            란 겁이 되도록 논한다 해도 마치 맑은 하늘의 해처럼 뚜렷한 것이
            어서 머리칼 하나만큼도 걸림돌이 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것을

            모르는가.
               만약 너희들에게 반발자국만 자리를 옮기고 털끝만큼의 힘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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